[입시초대석] 강북 중학교서 중간등수…3년 뒤 서울대 합격하다

입력 2015-10-20 15:42   수정 2015-10-22 17:13

'지역 살리는 자사고' 서울 도봉구 소재 선덕고
담임 전담 벗어난 '크로스 체킹 진학상담' 성과
구본량 교장 "잘 뽑기보다는 잘 가르치는 학교"




[ 김봉구 기자 ]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1학년 김종웅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강북의 중학교를 졸업한 그의 내신 성적은 상위 46.2%. 반에서도 중간 등수 정도였다. 같은 대학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김동현 학생의 중학교 성적(상위 30.9%)도 그리 뛰어난 편은 못됐다.

두 학생은 모두 자율형사립고인 선덕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합격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포함해 2015학년도 입시에서 선덕고가 배출한 서울대 합격생 10명의 중학교 내신 평균은 12.24%였다. 서울의 중학교 학급당 평균인원 28~29명 가운데 3~4등 수준이었던 학생들이 고교 3년을 보낸 후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얘기다.

“선덕고는 잘 뽑는 학교가 아니라 ‘잘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원래부터 뛰어난 학생보다는 처음엔 조금 모자라도 발전하는 학생들을 응원하고 독려하는 곳이죠. 멘토를 붙여주고 이전 학기보다 성적이 오르면 장학금도 줍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자신감도 생기는 게 보여요. 이런 학교 분위기가 중학교 내신 30~40%대였던 학생들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원동력이죠.”


지난 12일 서울 도봉구의 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구본량 교장(사진)은 선덕고의 강점을 ‘인풋(input)보다 아웃풋(output)이 뛰어난 학교’로 요약했다.

◆ 지역적 한계 딛고 '인풋보다 아웃풋' 성과

선덕고가 위치한 도봉구는 강남이나 교육 특구로 꼽히는 인근 노원구에 비해 교육 환경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 주변에선 학원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노원구의 학원 밀집지역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한 탓이다. 지역 교육 수요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 자칫 공동화(空洞化)될 우려도 있는데 선덕고가 일종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구 교장의 귀띔이다.

“교육 낙후 지역에선 아이들이 자꾸 밖으로 나가요. 멀어도 좋은 학교, 좋은 학원 찾아다니죠. 도봉구에서 노원구로 빠져나가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관점을 좀 달리 했어요. 우수 학생 선발에 매달리기보다 이 지역 학생들을 가리지 않고 뽑아 열심히 가르치자고 생각한 거죠. 학원가가 없으니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통해 심화학습까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같은 철학은 통계 수치로 입증됐다. 선덕고는 ‘학교 향상도’(2014학년도 학교알리미 기준)에서 자사고와 특수목적고를 통틀어 전국 4위에 올랐다. 강북 소재 학교로는 10위 안에 유일하게 진입했다. 학교 향상도란 고2 학생들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점수를 중3 때 점수와 비교해 수치화한 지표다. 학생들 학력 향상을 위해 학교가 실제로 노력한 정도를 나타낸다.

◆ SKY 진학 강북 1위 비결 '모두의 담임화'

탄탄한 기본 체력이 바탕에 깔리자 뛰어난 진학 실적이 따라왔다. 구 교장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 강북 1위를 기록했다”며 “중학교 때 성적이 특출하지 않아도 누구나 명문대 진학을 노릴 수 있다. 개인별 맞춤 진학 시스템과 노하우가 승부수”라고 말했다.

선덕고는 2015학년도 입시(중복합격 포함)에서 △서울대 10명 △고려대 38명 △연세대 26명 등 SKY 합격자만 74명 냈다. 의대·한의대 5명, 해외 대학 13명을 비롯해 서강대 8명, 성균관대 10명, 한양대 11명, 중앙대 9명, 한국외대 10명, 경희대 15명, 서울시립대 6명 등 졸업생 351명 중 326명이 서울 소재 4년제대에 합격했다.


밀착 진학지도의 효과가 컸다. 담임만 진학상담을 맡는다는 통념을 깼다. 입시철이 되면 3학년 담임들이 머리를 맞대고 3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일이 ‘크로스 체킹’ 한다. 지원 현황을 살펴보고 합격 가능성을 놓고 토론한다. 담임이 많아지니 합격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 학교 김병호 입학관리부장은 “3학년 담임이 모두 참여하는 2박3일 수시·정시모집 배치 워크숍을 연다. 학생이 어느 학교, 어떤 전형을 지원했는지 보여주면 해당 학?담임뿐 아니라 교사들이 함께 평가하고 서로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힘들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면 본인이나 학부모 못지않게 교사들도 기쁜 마음”이라고도 했다.

◆ "행정 부담 없이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과"

입시철에만 반짝 모이는 건 아니다. 구 교장은 “교감이 위원장을 맡아 3학년 담임들이 참여하는 진학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돌아가며 각 대학 입학전형 특징과 변경사항을 조사해 발표한다. 일종의 진학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진학 DB가 입시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많은 역할을 하는 만큼 고3 담임에겐 아예 행정업무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담임 교사는 행정업무 대신 쉬는 시간에도 교실로 향한다. 왕따나 학교폭력 등 사고를 예방하고 학생들과의 스킨십,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취지다.

구 교장은 “학생을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업뿐 아니라 모든 일과를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의미의 학교 전통”이라며 “교장 취임 후 교무조직 자체를 행정 중심에서 학년 중심으로 개편했다. 대신 담임을 맡지 않는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분담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 수시맞춤 토요프로그램…"아빠와 여행을~"

선덕고는 서울대 합격자 10명 중 8명이 정시로 합격할 만큼 수능 대비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수시 대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한 다채로운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44개의 토요프로그램, 66개의 동아리가 돌아가고 있다. 연간 38차례에 달하는 경시대회는 인근 학교들을 압도한다.


교내 수학·과학 인재반은 SKY,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과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로봇동아리는 광운대, 서울과학기술대 등 인근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학생들이 대학 수준의 체험을 통해 높은 학술적 능력을 기르는 기회가 된다.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비중이 큰 논술전형 대비 프로그램도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아버지와의 야간산행·기차여행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학교 측은 “남학생의 인성 함양과 성적 향상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다. 평소 대화 기회가 많지 않은 아버지와의 교감을 나누는 프로그램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식나눔 프로그램 등 기초자치단체와의 협력프로그램도 여럿 운영한다. 선덕고 학생들이 도봉구 저소득층 아동들의 학습 멘토가 되거나 함께 과학실험을 하며 흥미를 유발하는 식이다.

◆ 경쟁 이겨낸 교사들 열정이 성공의 관건

구 교장은 “자사고가 일반고 죽이는 학교란 편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선덕고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의 학생 이탈을 막아주니 구청에서도 관심을 갖는다”면서 “시교육청 담당 장학사 역시 현장에 와 보더니 ‘여기가 바로 혁신학교네요’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선덕고는 올해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학생·학부모 만족도 최우수 학교로 평가받았다. 학교 측은 스스로 ‘교사의 질’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구 교장은 “경쟁 유도로 질을 높이기 위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외부 유명 강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학생들 선택을 받기 위해 교사들이 열심히 준비해 실력을 쌓았고 경쟁을 이겨냈다”며 “자사고냐 일반고냐의 문제보다 결국 교사들의 열정이 핵심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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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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